1. 책 소개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
*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소장이
生의 오후를 건너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의 글들
이 글들은 허구이기에 실제 대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펜을 들게 된 현실적 고민이 있었고, 그리하여 찾고 싶은 진실이 있었습니다. ‘중년의 위기’를 겪으며 허무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물론 거기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은 많은 ‘정 선생’들이 겪고 있는 신앙적이고 실존적인 문제입니다. ‘최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 인생의 후반을 잘 살아 보려는 노력은 그야말로 중년 구도자의 진실에 대한 갈망입니다.
_ 들어가는 말 중에서
2. 차례
들어가는 말
프롤로그. 生, 노을이 물드는 시간
시간
주름으로 헤아리는 죽음
노년의 무력한 힘, 성찰
기억, 감사를 만드는 공장
물들다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먹을까
화석이 된 감정
노년의 우정, 보험인가 로또인가
돈 걱정 없는 노년, 또는 중년
노을
황혼의 부부, 부부의 황혼
부부의 황혼, 황혼의 부부
중년의 性, 그리고 聖
밤에 우리 영혼은, 몸은
생
사춘기 오춘기 육춘기
아버지 너머 하나님 아버지
치매, 기억, 감정
존엄한 죽음, 그 불가능의 가능성
마지막 사랑, 애도
에필로그. 인생 후반으로 떠나는 여행
3. 지은이 소개
정신실
음악심리치료와 문화영성을 공부했다. 아이들의 비밀 같은 마음에 노래로 노크하는 음악심리치료사로 젊은 날을 살았다. 인간의 고통이 수선이 필요한 ‘손상된 자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 진정한 나 자신과의 연결이 끊어진 ‘소외된 자아’에서 기인한다는 신념으로 상담과 치유 공동체인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말랑한 아이의 마음, 완고한 종교적 자아 사이를 오가며 쓰고 읽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산다.
지은 책으로 『오우~ 연애』, 『와우 결혼』(공저), 『우아 육아』,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에니어그램』, 『나의 성소 싱크대 앞』(이상 죠이북스), 『연애의 태도』(두란노), 『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공저, 우리학교), 『슬픔을 쓰는 일』(IVP), 『신앙 사춘기』(뉴스앤조이) 등이 있다.
4. 본문 중에서
새벽에서 시작해 동이 트고 해가 높아지는 정오를 지나 빛이 부드러워지는 오후가 되어 노을이 물드는 것을 인생 주기에 빗대어 한참 이야기 나눴다. 선생님은 당신의 시간은 밤이라고 하셨다. 영원한 잠에 들기 전 마지막 시간이라고. 그러면서 좋은 노년은 없다고 하셨다. 좋은 노년은 좋은 중년의 결과일 뿐이라고. 어둠이 내리기 전, 하루 중 가장 찬란한 아름다움인 이 시간을 겸허하게, 나 자신을 진실하게 대면하며 지내면 좋겠다고도 하셨다. 당신은 그렇게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앞으로 만날 때마다 밤이 오기 전, 노을이 물드는 시간에 돌아봐야 할 ‘진정한 나, 진정한 삶’에 대해 얘기 나눠 보자고 하셨다. 가슴이 뛴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늙음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에 느껴 보지 못한 아주 고요한 설렘이다. 다음 만남이 벌써 기다려진다.
_“프롤로그” 중에서
나도 선생님을 따라 말을 멈췄다. 흐르기보단 그대로 멈춰 반짝거리는 듯 보이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선생님을 쳐다봤다. 눈물로 촉촉해진 눈가가 반짝 빛이 났다.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는 책 제목 하나가 툭 마음에서 올라왔다. 그리고 연달아 ‘성찰’이란 단어가 따라 나왔다. 삶의 성장은 긍정적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경험에 대한 성찰에서 나온다는 말씀을 최 선생님이 하신 적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가장 성숙한 사람에게 관찰되는 것이 성찰의 능력이라고 하셨다. 실패담을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성찰의 힘인가 보다. 늙는다는 것은 부끄러움을 쌓는 것이지만, 잘 늙는다는 것은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이 깊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_“노년의 무력한 힘, 성찰” 중에서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인생에 대해 했다는 말이 있어. 인생이란, 처음 40년은 본문을 갖추고 나머지 40년은 거기에 주석을 다는 거래요. 주석이 없다면 본문에 담긴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인생 후반에는 살아온 날에 대해 주석을 달아야 한대. K 선생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부부 관계가 그렇지 않은가 싶어요. 분명 뭔가에 끌려 결혼했을 거예요. 살다 보면 사람의 이면이 보이고, 어떤 식으로든 충돌을 하죠. 처음엔 싸우기도 했겠지. 사람 안 바뀌니까 포기하고 또 사는 거예요. 아이도 키워야 하고…. 그렇게 살다 중년을 맞고 은퇴의 시기가 돼요. 내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야.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생의 후반기에는 살아온 날을 반추하며 성장하는 거예요.
_“황혼의 부부, 부부의 황혼” 중에서
<밤에 우리 영혼은>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다시 떠올려 본다. 선생님과 얘기 나누고 보니 ‘밤에 우리 몸은’이라 읽어도 의미가 통하지 싶다. 굳어 버린 몸처럼, 세월로 고착된 관계나 삶의 방식을 노년이 되어 고칠 수는 없다. 최 선생님조차 그럴 수 없음에 회한을 느끼시는 것을 보면서 생의 무게를 느낀다. 인생의 깊은 밤은 햇빛보다 더 밝은 천국과 가깝기에 가장 캄캄한 시간일지 모르겠다. 생의 마지막 시간에 우리 몸과 영혼은 처절한 외로움과의 사투를 벌이는 것이 숙명일지도. 인생의 깊은 밤에 든 지혜로운 노인의 말, 마주하기 민망한 쓸쓸함을 가진 노인의 말을 무겁게 마음에 심어 본다. 몸의 장막이 무너지기 전에, 오늘, 여기, 몸으로 부대끼는 사람들을 몸으로 사랑하겠다.
_“밤에 우리 영혼은, 몸은” 중에서
그러니까 치매에 걸릴까 두려운 사람이 할 일은 투명한 감정으로 사는 거라우. 내 감정을 피하거나 누르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만나야 해요. 있는 감정 그대로 다른 사람을 대하고, 하나님께도 그렇게 나아가야 해.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그거예요. 그리고 치매 걸린 노인을 도우려는 사람이라면, 보이는 행동이 어떠하든 그의 존엄을 지켜 주고 싶다면, 느낌을 믿어 주고 감정에 귀 기울여 주어야 해.
_“치매, 기억, 감정” 중에서
최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저녁놀이 그렇게 눈에 들어왔었다. 선생님 댁 거실은 그야말로 ‘노을 맛집’이었지. 그래서 내 인생의 ‘노을이 물드는 시간’을 그려 보곤 했었다. 가만히 밤의 시간으로 물러나는 시간 말이다. 『나이듦의 철학』에서 제임스 힐먼은 저녁놀을 가리켜 불꽃이자 저항이라고 했다. 밤의 시간을 향해 순순히 물러나고 스러지는 빛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호소를 담은 마지막 저항이라고. 그러고 보니 그 불타는 저녁 하늘이 순순히 물러나는 모습은 아닌 것도 같다. 그래, 금세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되고 밤이 찾아오겠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마지막 호소, 저항이란 걸 한번 해 보자. 백발에 비친 노을빛으로 주황색 염색을 해 보리라. 생, 노을이 물드는 시간! 열정적으로 삶을 놓아 버리는 시간을 마주해 보리라.
_“에필로그” 중에서
5. 출판사 리뷰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
* 중년 이후의 삶과 영성에 관한 노을빛 대화
「시니어 매일성경」에 3년간 연재하며 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소장이 生의 오후를 건너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의 책이다. 저자는 밤이 오기 전, 노을이 물드는 시간에 돌아봐야 할 ‘진정한 나, 진정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생 중 가장 찬란한 아름다움인 이 날들을 겸허하게, 그리고 나 자신을 진실하게 대면하며 지내자고 격려한다.
이 책은 신앙 안에서 잘 늙어 가고 싶은 중년 여성과 그가 따르고 싶은 한 노인의 가상 대화를 담은 팩션(팩트+픽션)이다. 중년 여성인 ‘정 선생’은 심리치료사인데, 모태신앙으로 신앙의 열정이 남다르며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80대 은퇴 교수 ‘최 선생님’은 60대에 예수님을 만난 자칭 ‘초보 신자’다. 신앙의 연수는 짧지만 평생 마음을 연구하는 상담학 교수로 살았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 글들은 허구이기에 실제 대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저자가 펜을 들게 된 현실적 고민이 있었고, 그리하여 찾고 싶은 진실이 있었다. ‘중년의 위기’를 겪으며 허무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물론 거기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은 오늘날 많은 ‘정 선생’들이 겪고 있는 신앙적이고 실존적인 문제다. ‘최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 인생 후반을 잘 살아 보려는 노력은 그야말로 중년 구도자의 진실에 대한 갈망인 것이다.
질문하는 ‘정 선생’은 바로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찾는 구도자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요 21:18). 예수께서 사랑하는 제자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을 이정표로, 중년의 영성에 대한 ‘최 선생님’과의 대화는 이 말씀에 대한 인문학적 변주라 하겠다. 성경 말씀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인생 사용 설명서지만, 노령화를 비롯한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에 명쾌한 모범 답안을 제시하지는 않기에 깊은 고민과 지혜로운 적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최 선생님’의 입을 빌려 심리학,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도 인용한다.
오후 4시 반경에 찍는 사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낮 동안 빛을 받은 만물이 오후 해질녘쯤 그 안에서부터 내는 빛으로 뚜렷한 선과 색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우리 인생과 신앙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노을이 물드는 저녁, ‘최 선생님’과 ‘정 선생’ 곁에 앉아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여 보자. 이 대화에 참여하는 이들 또한 자신의 삶에서 중년기와 노년기를 준비하고, 배우자와 부모님과 자녀를 이해하며, 우리 생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